IT 회사에 간 문과 여자

🔖 여성이자 이란 출신 최초로 수학계 최고 권위상인 필즈상을 수상한 마리암 미르자하니 교수는, “수학을 하면서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내가 재능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개인 안에 내재된 창조성을 발현해줄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가 좇아왔던 방향이자, 오랫동안 누군가에게 듣고 싶던 말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내게 재능이 있다는 자신감을 선물로 주면서, ‘내가 하면 될 거야. 왠지는 몰라’라는 뻔뻔한 태도를 갖고 싶다. ‘일단 해 보기’의 선순환 구조는 나를 반드시 장기 우상향 곡선에 태워줄 것이다.

🔖 나는 보편탈트 붕괴 직전에야 회사의 ‘보편’에 맞출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은 회사에서 오래 살아남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는 거였다. 그러려면 일을 잘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게 내 삶의 태도를 정의하고 하루하루 실천하며 사는 것이다. 삶은 일과 사람과 업무를 마주할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연속이다. 작은 생각들이 모여 말 한마디가 되고 그 한마디들이 모여 내 행동이 되고, 연속적으로 행동할 때 경험이 된다. 내 존재를 증명하는 경험들은 지금의 내가, 앞으로의 내가 된다. 근거를 갖춘 표현을 멈추지 않는 것, 생산적인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리고 이걸 매일매일 작게라도 표현하는 것. 나는 이것들이 내 삶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잊을 지경까지 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송곳으로 남는 편을 택했다.

🔖 회사를 다니는 한 대체 가능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말은, 우리가 스스로의 경영자가 돼야만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일’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끌어내려면, 최선을 다해 이 일을 사랑해야 한다. 대체될 존재라고 생각하고 대체될 존재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면 이 굴레를 끊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 내 나름대로 정한 원칙은 일과 사람은 사랑하되 회사는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순위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일에 대한 사랑과 회사에 대한 사랑을 분리하는 건 너무 어렵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보편적인 기술을 터득할 수 있는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 그래도 이 일이 내 이력서에서 어떤 의미인지 꾸준히 생각하며 지내야 한다. 그래야 어쩌다 보니 일을 사랑하게 된 인생을 지킬 수 있다.

🔖 회사가 주는 상황은 우리를 밑도 끝도 없이 끌어내릴 수 있기에 ‘회사’의 공간을 줄여나가고 내 ‘일’의 공간을 넓혀나가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 내게 야망은 드라마 속 악역을 위한 재료도 아니고 불안을 심어주는 요소도 아니다. 그저 내 삶의 주인으로, 주어진 삶을 잘 써보겠다는 다짐일 뿐이다. 야망이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뜯어보면 사실은 이렇게 소박하고 일상적인 열망의 집합에 불과하다. 야망이 너무 멀고 크게 느껴진다면 노트에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보면 된다. 그게 우리의 야망이다.